HWANG HYUNSEUNG


Dialogue with Silence

7 Apr - 22 Apr 2023




<작가 노트>




황현승 | Artist


1.

   결국, 그림들은 사랑의 상흔이다. 몸소 살았던 시간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고 비껴 말한다 해도 나날의 어둠과 빛은 나도 모르게 그림 위에 지문처럼 새겨져 있다. 어떤 그림은 찬란하고 어떤 그림은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 그리고 어떤 그림은 어둡다. 빛이 보이지 않을 때도 빛은 존재한다. 살고 그림 그리면서, 감추어진 빛이 드러난 빛보다 밝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

   어둡고 빛나던 날들이 다 지나가고 주위가 적요하다. 언제나 그리움은 나의 힘이었으나 보고 싶은 사람이 더는 떠오르지 않는다. 완고한 민낯의 현실만이 내 앞에 있다. 나는 새로운 환상을 짓지 않고 부서질 희망도 자아내지 않으면서, 갈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묵묵히 가로질러 나아가려 한다. 매일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며 견뎠다. .


3.

   살아갈수록 캄캄하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또한 하나의 앎일 텐데, 그 마지막 허위까지 놓아 버리고 그림과 함께 침묵하고 싶다. 분명한 것들을 통해 미에 다가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망상과 결별하고, 모호한 어둠 속에서 진실에 도달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를 계속하기. 표현할 수 있는 것에서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옮아가며, 다시 침묵 속에서 세계와 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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