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술시장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아시아시장은 지난해 세계 양대 경매사 중 한 곳인 크리스티 낙찰총액의 31%를 차지하며 북미(34%)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지난 1일 크리스티는 상하이 번드1에 새 경매장을 열고 2년 만에 중국에서 개최한 이브닝 경매에서 낙찰률 95%, 낙찰총액 2억2203만위안(약 422억원)을 기록하며 중국시장 귀환을 알렸다. 아시아와 한국시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답을 얻기 위해 에벌린 린(Evelyn Lin) 크리스티 20·21세기 미술 공동대표·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을 단독 영상 인터뷰로 만났다.린 부회장은 소더비에서 14년간 근무했고 2018년부터 크리스티를 이끌고 있다. 2015년 홍콩에서 단색화 기획전을 열었고, 김환기 '우주'(132억원)의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 경신도 이끌었다. 지난 1일 경매에선 영국 런던과 상하이를 생중계로 잇는 시도를 했다. 린 부회장은 "기존 시장과 새 시장을 연결해보는 실험을 위해서였다"면서 "상하이 새 경매장의 개장은 밀레니얼 컬렉터(수집가)를 잡기 위해서다. 아시아시장은 지금 매우 활기차다(exciting)"고 기대를 내비쳤다.이날 179억원에 팔린 장 미셸 바스키아의 'Il Duce', 17억원에 낙찰된 아모아코 보아포의 '오렌지 셔츠' 등 '블랙 아트(흑인 예술)'의 선전은 눈이 부셨다. 그는 "상하이만의 트렌드가 아니라 국제적인 추세다. 런던 경매에서도 많은 여성 작가와 흑인 아티스트가 소개됐다. 화려한 색채와 강한 이미지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이 금지된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가 매우 중요해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올해는 미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긴축이 예정된 해다. 유동성으로 달아오른 미술시장 거품이 꺼지는 해가 될까. 그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예측했다. 그는 "금융과 미술시장은 직접 연동되지는 않는다. 미술시장은 특별하고 독립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데이미언 허스트(영국 현대미술가) 등이 기록 경신을 했다. 지금 미술시장은 젊고 부유한 새 고객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 과거와는 다른 시장이다. 게다가 아시아는 런던, 미국 뉴욕보다도 매우 강한 시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아시아시장 세대교체의 비결에 대해서는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기업으로 부유해진 세대가 몰려왔다. 이들은 스스로 번 돈으로 스스로 결정한다. 그림 선택도 남다르다. 젊은 작가들의 이미지와 화법을 더 선호한다. 라이프스타일로서 그림을 수집하고, 스트리트(street) 작가들도 선호한다"고 했다.크리스티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는 한국 컬렉터 취향은 매우 동시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트렌드세터(유행선도자)다. 서양 미술을 매우 빨리 받아들이고 문화와 패션도 서양과 동시대로 호흡한다고 느꼈다"고 했다.한국 미술시장이 작년에 2배 이상 급성장해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진단도 있다. 린 부회장은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거의 매주 혹은 격주마다 경매가 열리고 있다. 런던·뉴욕보다 자주 열린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활황이라는 뜻이다. 좀 둔화될 순 있지만 해외시장은 여전히 강하다. 단 서울에서 열리는 경매가 너무 많은 건 시장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김환기의 '우주'가 세운 132억원의 기록은 한국에서 깨질 수 있을까. 그는 "'우주'는 정말 작가 최고의 시기, 화법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김환기는 후대 작가와 단색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한국 최고 작가 중 하나다. 단색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시장의 기록은 계속 경신 중이다. 그래서 나는 새 기록을 기다린다"고 했다. 기록을 경신할 작가를 묻자 "이우환, 박서보도 좋은 기록을 세우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다. 외국 화랑이 한국에 진출하고 있고 한국 작가도 알려지고 있다. 한국 미술은 성장 여력이 크다. 언젠가 깨질 것이다. 하지만 언제, 누가 될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은 구사마 야요이에 관해서도 "구사마는 아마도 살아 있는 작가 중 매우 희소하게 10대부터 노인까지 만족시키는 작가다. 앞으로도 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미술시장은 언제나 '새로운 피'를 원한다. 작년 크리스티에서는 NFT(대체불가토큰) 경매가 100차례 이상 열려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 이상의 판매액을 올렸다. NFT의 미래는 밝을까. "그렇다. 미술시장은 늘 새 아이디어를 찾는다. 미술사(史)가 회화, 조각, 비디오아트를 찾아낸 이유다. NFT는 새로운 세대를 상징한다. 미래에는 회화처럼 되지 않을까. 작품 자체의 특별한 스타일과 콘셉트가 중요한 판단 가치가 될 것이다. 미래 세대의 미술이 될 수 있다." 출처 :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2/03/221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