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면서 시선 강박증도 다 사라졌어요."화가이자 배우, 작가로 활동 중인 정은혜 씨가 2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가진 '은혜 씨의 포옹'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정씨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배우 한지민의 언니 '영희' 역으로 출연했다. 극 중에서 "너, 너, 너 나 버렸지"라고 절규했던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에서 그는 다운증후군을 앓는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생후 3개월 때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다.어린 시절은 집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보냈다. 하지만 학령기에 접어들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고통이 찾아왔다.눈에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를 자주 옮겨 다녔다. 희망을 찾아 일반 학교에서 시골 학교로, 분교로 적을 옮겼다.마지막으로 전학한 대안학교에서도 그는 겉돌았다. 중2 때, 엄마와 딸은 정규교육을 포기하고 다시 "동굴"(집) 속으로 들어갔다.은혜 씨를 위한 가족의 선택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선택의 부작용'이 나타났다.외부에 저항하는 대신, 그는 내부로 침잠했고, 그럴수록 속은 점점 곪아갔다. 스무 살이 넘으면서부터 헛것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다. 틱장애도 생겼다. 지하철을 탈 때 받았던 타인의 시선은 '강박'이 됐다. 상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정씨가 방에서 내지르는 괴성에 나머지 가족들은 방문밖에서 아무 말 없이 서로 손만 꼭 잡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찾아왔다. 만화가인 어머니 장차현실 씨의 화실에서다. 그는 청소를 도우러 나갔다가 빗자루 대신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렸다. 은혜 씨의 삶은 그 후로 변하기 시작했다.그는 경기도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얼굴 은혜씨'라는 간판을 내걸고 캐리커처를 그렸다. 엉덩이에 종기가 나고 아무리 춥고 더워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지금까지 그린 캐리커처가 4천여 점에 달한다."여름에 문호리에서 그림 그릴 때는 바가지에 얼음물을 담아서 발을 담그고 있었어요. 엉덩이에 종기도 나요. 아무리 춥고 더워도 가기 싫은 날은 없어요…나의 가장 큰 용기는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힘들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쉬어가면서 할 거예요."(본문 중)책에는 포옹하는 그림이 많다. 포옹은 "사람과 사람의 경계를 허무는 몸짓"이라고 장차현실 씨가 설명했다. 포옹하는 순간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사라지는 마법 같은 시간이라는 것이다.그래서 정씨가 여는 전시 타이틀도 '포옹전'이다. 그는 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사랑을 받는다', '나의 이란성 쌍둥이 친동생' 등 65점을 선보인다.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20824095400005?input=1195m